뉴스Q(큐) 스포츠Q 임유진 기자 / 조승우, 최승현(탑), 박정민 그리고 변요한(40)이다. 그가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나섰다.
고니(조승우 분)부터 함대길(최승현 분), 도일출(박정민 분)까지. 20년간 이어진 승부와 욕망의 계보를 장태영(변요한 분)이 잇는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감독 최국희)’에서 변요한이 완성한 장태영은 이전 주인공들과는 결이 또 다르다. 거침없는 에너지와 노련함을 오가는 승부사 기질을 내뿜는다.
변요한. [사진=CJ ENM 제공]
앞선 작품들이 저마다 뚜렷한 색깔을 남긴 만큼 마지막 주자에게도 차별화가 필요했다. 변요한의 타짜는 무엇이 달랐을까.
스포츠Q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변요한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본을 받아든 그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부담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막연한 마음도 있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두려움이 오히려 ‘끝까지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안 하고 다른 배우가 하는 걸 보면 내가 비겁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당당하게 도전해보고 싶었다.”
변요한도 앞선 타짜 시리즈를 즐겨 본 관객이었다. 그럼에도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작과 다른 세계관이었다. 그는 “1~3편과 세계관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며 “나 역시 이전 작품들을 즐겨 본 팬이지만 동시에 배우다. 20년간 이어진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타짜의 주인공이 된 이상 비교는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2006년 개봉한 첫 작품에서 고니를 연기한 조승우는 여전히 시리즈를 대표하는 얼굴로 꼽힌다. 변요한 역시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같은 시선을 예상했다.
장태영 역의 변요한. [사진=CJ ENM 제공]
피하기보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앞선 주인공들의 존재를 의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장태영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남기는 일이었다. 그는 “비교를 당할 수 있다는 건 예측하고 들어갔다. 그래서 첫 번째로 중요했던 게 ‘변요한의 색깔이 무엇일까’를 찾는 일이었다. 비교가 될지언정 장태영이라는 인물은 기억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 가장 큰 욕심”이라고 전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 조승우에게 직접 연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변요한은 그 이유를 “예의와 존경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나 혼자만의 약속이기도 했다. 형도 받아주고 반가워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언의 응원을 받고 싶었고 절대 꺾이지 않는 약속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작의 성공을 의식해 이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다. 첫 작품이 나온 2006년과 현재 사이의 변화를 인정하고 지금의 관객에게 맞는 작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2006년에 나왔던 모든 대사와 행위를 지금 우리가 그대로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시대에 맞게 걷어낼 것은 걷어내고 들어갈 것은 들어가야 한다고 감독님과 얘기했다”며 “1편은 그대로 존중하고 우리 것을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 사랑받은 작품을 뛰어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건 오만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촬영을 앞두고는 또 다른 질문과 마주했다. 자신이 내세우려 했던 변요한의 색깔이 정확히 무엇인지 스스로도 쉽게 정의할 수 없었다.
답은 현장에서 찾았다. 혼자 캐릭터를 완성하려 하기보다 조우진, 노재원 등 상대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캐릭터를 구체화했다. 변요한은 “‘2026년에 개봉하면 나만의 장태영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 색깔이 뭘까’라는 고민이 들었다”며 “역시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여러 배우와 호흡하면서 장태영이 점차 선명해졌다. 상대 배우들이 나를 장태영으로 바라봐주니 스스로를 믿는 힘도 생겼다”고 언급했다.
변요한. [사진=CJ ENM 제공]
캐릭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는 표현의 강도를 조절하는 게 중요했다. 타고난 직감과 행운으로 승승장구하던 장태영은 절친 박태영(노재원 분)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고 복수에 나서는 인물이다. 변요한은 극적인 상황에서도 분노를 직접 터뜨리기보다 감정을 절제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는 “연기로만 따지면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그걸 얼마나 컨트롤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며 “장태영을 보고 나서 ‘정말 분노한 걸까, 아니면 그 감정을 내려놓은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서 내가 다 쏟아내면 너무 확실한 마침표를 찍는 감정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장태영을 관통하는 키워드로는 운이 좋은 인간을 떠올렸다. 그가 생각한 운은 단순히 좋은 패를 손에 쥐는 것이 아니었다. 지나간 실패에 붙잡히지 않고 다음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태도에 가까웠다. “포커를 칠 때 지나간 시간에 늘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과거를 덮을 줄 알아야 한다”며 “내 자존감을 지켜야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고 더 좋은 순간이 왔을 때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 거기서 운이 좋은 이의 본질을 찾았다”고 표현했다.
홀덤은 장태영을 구축하는 또 하나의 열쇠였다. 변요한은 약 15년 전 보드게임방에서 재미로 접한 경험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플레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처음에는 자문을 맡은 선수들과 테이블에 앉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홀덤 기술을 익히는 것이 연기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게임을 거듭하면서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욕망과 심리를 포착했고, 이를 장태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가져왔다.
게임이 거듭될수록 홀덤의 매력도 선명해졌다. 한 테이블 안에서 야망과 질투, 시기가 시시각각 뒤바뀌었고 작은 행동과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심리가 드러났다. 변요한은 이를 대사나 화려한 기술보다 배우들 사이의 에너지와 교류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허영만 선생님이 도박판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관계를 보여주려 한 것 같다. 기존 시리즈가 패와 대사를 통해 승부의 긴장감을 표현했다면 우리는 에너지와 눈맞춤, 배우들 사이의 교류를 활용하려 했다. 테이블 위에서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떠올렸다.
장태영 역의 변요한. [사진=CJ ENM 제공]
변요한은 앞선 작품의 색깔을 되풀이하기보다 장태영이라는 인물에 집중했다. 전작의 흔적을 지우려고도, 기존 주인공을 넘어서는 데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네 번째 작품까지 각기 다른 타짜로 기억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오는 타짜까지 ‘타짜 시리즈는 다 재미있다’고 완결을 짓고 싶었다. 작품마다 각양각색이고 모두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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